<화양연화>는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시대의 사랑과 불륜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러티브를 전달함에 있어서도 묵직하고 굉장히 느린 전개를 고수하였다. <화양연화>에서는 주인공들은 있지만, 주인공과 반대적 입장인 서로의 남편과 부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것은 antagonist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서로의 남편, 부인이 아닌 실제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보수적 홍콩사회의 모습 그 자체라는 것을 드러낸다.
남자와 여자의 애정관계는 인류 역사에서 지금까지 다루어지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 문제가 역사와 시대,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문제가 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화양연화>의 홍콩사회는 주변의 사람들끼리 서로에 대한 관심이 많고,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륜을 저지르는 서로의 남편, 부인은 아예 홍콩을 떠나 다른 곳에서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홍콩사회에서의 불륜은 사람들 사이의 민감한 가십거리이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정해진 관계를 고수하고, 천생배필의 사상이 아직 사회 전반으로 남아있던 시기이다.
이런 사회에서 주인공인 ‘차우’와 ‘리춘’은 마음 속으로는 복잡하고 미묘한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다면적 인물’들이지만, 사회의 규범을 위해 ‘평면적 인물’임을 강요받고 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항상 먼저 다가가 사건을 움직이는 인물은 남자인 ‘차우’이다. 여기서 그들은 항상 ‘가상의 연기’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가상의 연기’를 통해 내면에 숨겨진 ‘다면적’ 모습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와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를 간접적으로 서로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건은 서로의 남편, 부인의 불륜-이를 눈치 챈 주인공들의 갈등-서로에 대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별 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눈치 챌 때 알아낸 서로의 남편 부인의 선물은 불륜에 대한 ‘지시적 의미’를 나타내는 장치이고, 이후에 등장하는 ‘국수’, ‘무협소설’, ‘전화’, ‘연기’ 등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함축적 의미’를 제시한다. 이러한 것들이 앙코르와트의 유적지에 비밀을 묻어놓는 ‘이데올로기(전설)’로 이어지는 결말로 나타난다. “한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아주 사랑했지만, 당시 사회적 규칙을 지켜야한다는 소심함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는 하나의 전설같은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실제 이야기가 진행되는 기간은 매우 짧은 몇 주간의 일이다. 그리고 몇 주 동안에도 아주 잠시동안만 서로를 마주했을 뿐이다. 그 외의 시간은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아련한 감정일 뿐이다. 아련한 감정을 극대화 하기 위해 서로 혼자있는 시간에 대해 길고 잔잔하면서도, 붉은 색 배경의 방을 통해 마음 속 “정열”을 나타내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