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2006, 김태용)-여성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 [영화리뷰]
영화 <대부>의 시리즈를 보면 미국에 이주하여 정착한 ‘이탈리아계 사람들’의 애환을 다루면서 그들이 왜 결속할 수 밖에 없었는지, 서로를 패밀리라고 부르며 같은 이탈리아계 사람들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은 마피아 조직으로, 폭력과 암살 등을 일삼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그들에게 혈연의 개념은 서로의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주 1세대인 ‘비토 꼴리오네’의 시대는 서로에 대한 혈연과 ‘이탈리아계 사람들’끼리의 결속이 중요한 이슈였다.
그러던 중 2세대인 아들과 딸이 태어나고, 3번째 아들인 ‘마이클 꼴리오네’가 2대 대부가 된다. 미국이라는 다민족 국가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미국 정치인, 경찰, 유대인 사업가, 쿠바의 정치인 등과 사업관계를 맺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혈연을 같이 한 형인 ‘프레도 꼴리오네’가 자신의 의도에 맞지않고 방해가 되자, 가차없이 제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혈연은 무너지고, 사업(Business)만이 남아버린 비정한 현대의 비극을 범죄와 함께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대부>시리즈의 묘미이다.
1970년대의 미국을 담은 이 영화의 모습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확대되어 우리나라도 혈연 중심의 가족 문화가 많이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부>는 남성 중심의 혈연가족 문화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철저하게 남성중심적인 기존의 시각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현대의 대한민국의 사정은 어떠할까? <가족의 탄생>에서는 서로 다르게 보이는 3개의 에피소드를 연결시켜 한 세대 간의 가족 개념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남성이 모든것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과거의 모습에서 실제로 무기력하지만, 기존 이데올로기로 인해 강한 척하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가부장제의 핵심인 남성 가장의 부재로 인해 가장의 역할을 하게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은 남성의 조력자가 되고, 아무에게나 시선을 주는 행동을 삼가야할 윤리를 지키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사회활동을 하지 못했던 여성들이 최근에는 여성이 필요한 직종의 증가로 사회에 진출하는 일이 늘어나게 되었다. 기존의 가족구조대로라면 여성은 남성의 부양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남성 없이는 살 수가 없어야 되는데, <가족의 탄생>에서는 그렇지 않다. 여성이 가족생활로 인해 사회생활을 포기하라는 압력에 대해 저항하는 경우도 예전보다 늘어났다. 혈연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사람들끼리 이룬 가족이 새롭게 탄생할 조짐을 보이며 영화는 끝나게 되는데, 비혈연, 여성중심의 가족이 과연 불행한 현대 가족의 비극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오히려 이런 고난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여성이 무책임한 말과 행동으로 남을 힘들게 하는 것보다 낫지는 않은가? 라고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에서는 독재적 사회주의 사회에서 오는 폭력에 희생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주의는 모든 것을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체제이기 때문에 인구도 중요한 통제대상이다. 출산 장려 정책으로, 피임을 못하게끔 콘돔의 판매를 금지시킨다. 그리고 낙태도 불법이다. 이 상황에서는 ‘원치 않는 임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여대생은 결국 불법적으로 낙태를 한다. 남성은 무심하게 정치를 하고, 임신을 시키고 모른 척해도 이런 고민의 당사자가 되지 않음을 꼬집고 있다. <가족의 탄생>에서 결국 아이들을 키워낸 것은 피가 섞이지 않은 여성이다. 한 세대를 키워낸 여성을 등지고서 세상을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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